http://news.nate.com/view/20100524n20893?mid=n0405
이게 기사로 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이렇게 논의라도 되면 좀 나아질까 싶은 (헛된) 기대감으로.
현재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으로써,
작년 평가 준비한답시고 7-8월 내내 개고생했던 사람으로써,
그리고, 현실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는 말도 안 되는 올해 평가기준에 맞춰
또 몇달간 고생할 게 눈에 보이는 사람으로써...
일단 평가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평가 준비하느라 개고생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센터의 운영에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평가 지표를 구성하고, 그에 맞추어 제대로 평가를 한다면 현장에서도 다들 받아들일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귀중한 예산 헛 쓰고 있는 불량 지역아동센터를 평가를 통하여 솎아낼 수도 있을 것이고.)
문제는 현재의 평가 기준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4월 말에 평가 대비 교사회의 하면서 평가 기준안을 확인했는데, 도대체 운영비로 월 300만원씩 주면서 이걸 어떻게 다 하라는 건지, 납득이 안 가는 지표들이 산재해 있다. (애초에, 평가지표 만든 사람들이, 지역아동센터가 무슨 월 몇천씩 예산 쓰는 종합복지관쯤 되는 시설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해 평가편람안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한숨이 나오는 평가지표들 몇 개.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아동에 대한 정기적인 신체검사 및 건강검진을 실시하거나 학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전국에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보관하거나 각 가정으로 보내지는 건강검진기록을 지역아동센터에서 보관하라는 것도 현실성 없는 요구이다. 아동의 건강 관련 정보를 학부모와 공유하고 있는 정도로는 "보통" 등급밖에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걸 실제로 해야 한다면, 며칠을 전화통 붙잡고 앉아서 서류 좀 보내주세요 하고 각 가정에 읍소를 해야 될 게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그런다고 다 가져오는 것도 아닐 것도 또한 만고의 진리고.)
"학교 생활관리 관련계획안이 마련되어 있고 충실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무슨 학교 생활 관리를 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래봐야 아이들 알림장 확인하고 숙제 도와주는 것 정도? 도대체 뭘 더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역아동센터가 무슨 지역교육청 산하기관쯤 되는 걸로 착각하나? (따지고 보면, 이건 월권 아닌가?)
"이용자의 가정방문 실시하고 방문일지를 보관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인력현실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여기선 뺐지만, 평가지표 중에는 담임교사 면담일지를 쓰라는 것도 있었다. 하아.) 일단 아이들이 센터에 오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귀가할 때까지 교사들은 꼼짝도 못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귀가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정방문이 가능한 시간은 휴일 아니면 저녁 늦게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가정방문이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다.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 봉급이 월 80만원이나 될까? 지금도 하는 일에 비해 턱없는 급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다가 휴일 반납해가면서 가정방문까지 하라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평가지표를 만들어놓고서는, 그나마도 상대평가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리고 하위 몇 퍼센트에게는 예산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 작년 평가 꼴찌한 모 센터는 올해 운영비가 무려 월 110만원씩 삭감되었다. 그 정도 삭감이면, 실상 기본적인 운영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예산 수준이다.) 게다가, 평가 대상 기간은 1-6월인데, 이런 평가 지표가 공개된 건 지난 4월 말이다. 그럼 1-4월은 어떻게 하라고? 결국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조금 한 것도 많이 했다고 뻥튀기를 하거나, 견강부회식의 갖다 붙이기 식 서류를 급조할 수밖에 없다. 점수 따기에 급급한 센터들 중에서는 하지 않은 것도 했다고 허위 서류를 만드는 곳도 나올지 모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습이 앞으로 석달간 전국의 3500여개 지역아동센터에서 벌어질 복마전이다.
이런 식의 평가는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을 수가 없다. 평가 준비한다고 실무자들이 서류작업에 매달리다 보면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가면서 작업을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자정이 가깝도록 야근을 하는 것이 작년의 모습이었는데, 평가지표가 더 개떡같아진 올해는 이런 모습이 더 심해질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제발 부탁이니, 현실에 맞는 평가지표를 가지고,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기준 충족을 인증해 주는 방식으로 평가제도 자체를 바꿔주길 바란다. 일선 현장에는 그런 방식의 평가가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공연히 실무자들 평가 몇달전부터 하나도 의미 없는 야근하도록 만들지 말고... (실무자들 맨날 밤 새는데, 공익근무요원이랍시고 저녁 7시 좀 넘어서 퇴근하는 게 얼마나 마음 불편한지 아는가?)



